이번 글에서는 불완전경쟁시장 중 하나의 형태인 독점적 경쟁시장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독점적 경쟁시장(monopolistic competition)이란 독점시장의 속성을 가졌으면서도 경쟁적인 시장을 말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다수의 공급자 : 공급자가 제한되어 있던 독점이나 과점시장과는 달리 다수의 기업이 같은 소비자 집단을 대상으로 경쟁합니다.
○ 제품의 차별화 : 각 기업은 경쟁기업과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완전경쟁시장에서처럼 가격수용자가 아니며, 우하향하는 수요곡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 자유로운 진입 : 기업들은 이 시장에 아무런 장애 없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 삶을 생각해 보면 위와 같은 속성을 지닌 시장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적, 컴퓨터 소프트웨어, 과자, 가구 등과 같은 시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독점적 경쟁도 과점처럼 독점과 완전경쟁이라는 두 극단적 구조의 중간 형태입니다. 그러나 과점과 독점적 경쟁시장은 매우 다릅니다. 과점시장이 완전경쟁의 이상적인 시장에서 멀어지는 이유는 시장 내에 존재하는 기업의 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경쟁기업의 수가 적으면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고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며, 오히려 기업 간 전략적 상호작용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각 기업은 시장 규모에 비해 매우 적습니다. 독점적 경쟁시장이 완전경쟁의 이상적인 방향에서 멀어지는 이유는 각 기업이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1. 독점적 경쟁시장의 단기적 균형
독점적 경쟁시장의 기업들은 대체로 독점기업과 같습니다. 각 기업에서 생산하는 상품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 기업은 독점기업과 같이 우하향하는 수요곡선을 갖습니다. 따라서 독점적 경쟁시장에 참여한 기업들도 독점기업과 같은 방법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합니다. 즉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만나는 지점의 수량을 생산하고 이 수요량이 생산량과 일치하는 가격을 수요곡선상에서 선택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독점적 경쟁시장이 독점시장과 거의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2. 독점적 경쟁시장의 장기적 균형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기업들이 이윤을 남기고 있는 시장에는 새로운 기업들이 그 시장에 진입할 유인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 새로운 기업이 신규 진입하게 되면 시장에 존재하는 상품의 종류가 다변화되고 소비자는 선택범위가 넓어져 기존 기업 상품들의 수요가 감소합니다. 다시 말해서, 단기 이윤은 새로운 기업의 시장진입을 유도하고 이는 종전 기업들의 수요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킵니다. 이에 따라 수요가 줄고 당연히 이윤도 감소합니다.
반대로 기업들이 손실을 보고 있다면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할 유인을 갖습니다. 기업 수가 감소함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할 상품의 종류도 감소하고 점차 기존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하여 결국 이윤도 증가합니다.
이를 요약하면 독점적 경쟁시장의 장기적 균형은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 독점시장에서와 같이 가격이 한계비용을 초과합니다. 이윤극대화를 위해 기업들이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하는 생산량을 찾아내지만 결국 수요곡선이 우하향하기 때문에 한계수입이 가격보다 작게 됩니다.
○ 완전경쟁시장에서와 같이 가격이 평균총비용과 일치합니다.
3. 독점적 경쟁과 사회적 후생
그렇다면 독점적 경쟁시장은 사회적 후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겠습니다.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문제점 하나는, 균형가격이 한계비용을 초과하고, 이에 따라 지불용의가 한계비용보다 높은 소비자가 소비에서 제외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독점적 경쟁시장에서는 독점가격에 항상 따라오는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은 가격이 한계비용과 일치하는 최선의 결과보다는 못하지만,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따르게 됩니다. 왜냐하면 한계비용 가격을 실현하고자 하면, 정부는 아마도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고 있는 모든 기업을 규제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독점적 경쟁시장의 기업들을 규제하려 하면 그 과정에서 자연독점 기업들을 규제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이 따라올 것입니다. 독점적 경쟁시장의 기업들은 이미 이윤이 0에 수렴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으로 가격을 한계비용 수준으로 낮추면 손실이 발생하고 심하면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정부 정책을 통해 기업이 파산에 이르는 끔찍한 일을 만드느니 차라리 비효율성을 그대로 놓아두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비효율이 생기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에 기업이 이상적인 숫자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기업이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을 때 비효율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고자 하면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에 대한 외부효과를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이 시장에 신규진입할 때 그 기업의 의사결정은 두 가지 외부효과를 나타냅니다.
○ 제품다양화 효과 : 새로운 제품의 출현은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소비자 잉여를 창출함. 이는 기업진입의 긍정적 외부효과로 볼 수 있음.
○ 시장 탈취 효과 : 새로운 상품의 출현은 기존 시장에 있던 기업의 수요와 이윤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냄. 이는 기업진입의 부정적 외부효과로 볼 수 있음.
따라서 독점적 경쟁시장에서 신규 기업 진입은 긍정적 외부효과와 부정적 외부효과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둘 중 어느 효과가 더 큰가에 따라서 기업의 수가 많아질 수도 있고, 적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 두 효과의 차이는 독점적 경쟁시장이기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외부효과입니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동일한 상품을 한계비용과 일치하는 가격에 판매시키기 때문에 위의 두 가지 외부효과가 발생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독점적 경쟁시장은 완전경쟁시장에 비해 경제적 후생이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발생하는 비효율은 미묘하고, 이를 계산하거나 바로잡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에 정책을 통해 독점적 경쟁시장의 시장성과는 향상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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